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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com 도메인은 쓰기 쉽기 때문에 노인이나 주부 등 정보화에 소외된 계층을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또한 국내에서 잡지 않으면 외국으로 빼앗길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한국 도메인동호회 위형복 고문)
\"한글 도메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com 도메인이라지만 미국에서 관리한다는 건 우습죠. 도메인정책을 총괄하는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한국인터넷정보센터 송관호 사무총장)
\"한글 도메인은 주소를 쓸 때 한글과 영문을 번갈아 쳐야합니다. 불편해요. 한때 난리를 쳤다 거의 쓰이지 않는 개인도메인(pe.kr)과 같은 운명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요.\"(도메인24 하현 대표)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한글.com 도메인과 같은 다국어 도메인을 두고 인터넷업계가 난리법석이다. 같은 날 똑같은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과 중국도 시끄럽긴 마찬가지. 도메인 정식등록이 시작되기도 전에 값나가는 주요 도메인, 이른바 슈퍼키워드 도메인이 죄다 선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한글.com과 대한민국.com 등 일반명사와 현대산업, 엘지텔레콤 등 주요 상장회사 도메인 5천여개가 이미 등록된 상태였다.
일본도 유명한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의 \'資生堂.com\', 일본생명보험을 뜻하는 \'日本生命保險.com\' 등 대기업들의 도메인은 거의 미리 등록돼 있었다. 14일부터는 야후 재팬의 경매시장에 \'國際證券.com\'과 \'丸三證券.com\'이 상장돼 각각 1억원이 넘게 호가되기도 했다. 중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소동은 .com 도메인을 관리하는 미국 베리사인쪽의 실수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외국어를 영어로 인식시키기 위해 변환코드를 쓰면서 테스트용 변환코드를 공식 등록 때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메인 등록대행업체에서 시험용으로 올린 도메인이 정식 도메인이 돼버린 것이다. 물론 투기성으로 테스트용 변환코드로 도메인을 선점한 이들이 더 많다.
국내에서는 탑매니아, 원츠 등의 도메인 등록대행업체들이 많게는 1천개에서 400개까지의 주요 도메인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합칠 경우 5천여개에 이르는 도메인이 선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도메인동호회와 가비아.아사달.도메인이마트 등 다른 도메인 등록대행업체들은 베리사인쪽에 10일 이전에 등록된 도메인을 무효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메인이마트의 이영우 팀장은 \"도메인을 선점한 이들이 등록한 도메인을 몰래 삭제하고 10일 이후 날짜로 재등록하는 \'도메인 세탁\'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열쇠를 쥐고 있는 베리사인은 이런 요구에 대해 19일 현재까지 \"명확한 방침을 정하기 전까지 좀더 기다려 달라\"는 요지의 답변만 하고 있다.
그 사이 국제인터넷도메인관리기구(ICANN)는 지난 16일 .biz, .info 등 7개의 신규 최상위도메인을 선정했다. 내년 6월께 등록이 시작될 이 도메인들을 두고 또한번의 도메인 잡기 \'대란\'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수많은 도메인 등록대행업체들이 새 최상위도메인의 예약등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도메인 선착순 등록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상표권으로 인정받고 있는 회사 이름조차 확보할 수 없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한테 우선등록기간을 주고, 그 이후에 선착순으로 등록을 받는 \'선라이즈\' 방식 등이 제안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만 사용되는 한글도메인을 .com으로 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외국에 우리 도메인 관리를 맡길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글.com이 의외로 단명할 가능성도 있다. 주소란에 \'한겨레신문\'만 넣으면 한겨레신문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키워드 방식이 시행되면, 한글.com 도메인뿐 아니라 도메인 자체의 중요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베리사인쪽의 \'욕심\'에서 비롯했다고 비난하는 쪽도 있다. 베리사인이 영어로 된 .com 도메인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돈벌이를 위해 각국이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를 실시하기 전 서둘러 일을 진행시키다 빚은 실수라는 것이다.
물론 .com은 매우 유리하다. 도메인동호회의 위형복 고문은 \"이용자들이 잘 모르는 기능이지만 주소란에 컨트롤(Ctrl)키와 엔터키를 함께 치면 .com이 자동적으로 입력된다\"며 \"이를 이용하면 매우 편리한 도메인 제도\"라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송관호 사무총장은 \"이번 한글도메인 등록은 혼란이 많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며 \"차제에 꼭 필요한 도메인만을 획득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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