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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출 주력 상품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부터 휴대폰 전화기의 수출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D램 등 메모리(memory)반도체의 수출액을 능가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IT(정보기술)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당장 이번 달부터 휴대전화기가 메모리반도체를 제치고 선박, 자동차 등과 함께 수출 1등 상품을 다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램 공화국’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이제는 ‘휴대폰 공화국’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까지 휴대전화기의 수출액은 19억4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 무려 32%나 늘어났다. 이는 한국의 간판 상품인 D램 반도체의 수출액(14억8000만달러)을 훨씬 웃도는 것이며, 전체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인 22억 3000만달러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무역협회는 “지난 98년까지 휴대전화기는 10대 수출 상품에도 끼지 못했다”며 “휴대전화기의 수출액이 매월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휴대전화기의 수출 성적표는 날로 화려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CDMA(북미 디지털)·GSM(유럽 디지털)방식의 휴대전화기 수출량이 급증한데다, 유럽연합(EU)·중국시장으로 향하는 고가(高價)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메모리반도체의 수출액은 올 1분기 중 D램 가격이 내내 강세를 띠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간판 기업 삼성전자의 실적을 봐도 휴대전화기 수출 강세(强勢) 현상은 뚜렷이 드러난다. 올 1분기 중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1조8800억원, 휴대전화기 사업에서 2조44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90%, 휴대전화기는 75% 이상이 수출 물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휴대전화기 수출액이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을 눌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휴대전화기의 수출 대수가 710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00% 늘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2위업체인 LG전자도 지난해보다 57% 늘어난 1100만대의 휴대폰 수출이 올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램(PC용 메모리 반도체)을 앞세운 메모리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수출 1등 품목으로 떠오른 시기는 지난 94년이었다. 당시 메모리 반도체는 4메가 D램의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선박’을 제치고 처음 수출 1등 품목으로 떠올랐다. 이후 메모리반도체는 지난해까지 8년 동안 모두 4차례 수출 1위를 지키면서 한국의 간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 기간중 자동차와 선박은 각각 2번씩 수출 1위 자리에 올랐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원은 “이제는 D램 공화국이라기보다 휴대폰 공화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면서 “동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 휴대전화기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휴대전화기의 돌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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