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IP : 61.254.114.210)
제   목	한국, IT에서 일본 압도
등록일	2002-05-09 09: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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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박람회 ‘세빗쇼’에선 한국의 IT(정보기술) 인프라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슈뢰더 독일 총리는 축사에서 “지난해 한국을 제외하면 독일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IT산업이 성장했다”라고 했고,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인터넷 산업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제조업 시대 세계 최강자였던 일본은 정보혁명의 주류에서 밀려나 ‘IT 개도국’으로 전락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IT 컨설팅업체 인터프로의 박삼수 사장은 “IT 분야는 한국이 2~3년 가량 앞서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KT와 하나로통신엔 요즘 일본 정·재계 인사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작년 8월엔 일본 나이토 마사미쓰 참의원이 NTT(일본전신전화) 직원 30명을 이끌고 와 두 회사를 견학했으며, 지난 4월 말엔 NHK·후지TV 등 6개 방송사 외신부장들이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을 방문, 설명을 듣고 갔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IT인프라는 일본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지난 3월 현재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831만명)는 일본(237만명)의 3.5배에 달한다. 일본은 뒤늦게야 ADSL망 구축에 나섰으나, KT 등 한국 업체에서 장비와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한·일의 정보통신 전략은 처음부터 대조적이었다. 일본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적 표준을 만들어 내려는 ‘1등 전략’을 취한 반면, 한국은 세계적 흐름에 편승하는 ‘2등 전략’을 취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한국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디지털 이동통신의 규격에서 일본은 지금 섬나라처럼 고립돼 있다. 일본이 독자 개발한 PDC 방식을 선택한 나라가 전세계에서 일본 외엔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 일본의 처지를 말해준다. 반면 미국에서 CDMA 방식을 수입한 한국은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을 상용화했다”는 선전 문구를 내세워 전세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작년 4월 세계 최대 중국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인도·중남미 등 50여개국으로 활동범위를 확대했다. 한국이 종주국 격인 온라인게임은 국내만 1조5000억원(PC방 매출 포함) 시장으로 성장했고, 미국·일본·중국·대만 등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한국산 온라인 게임은 ‘한류(韓流)’ 열풍과 맞물려 동남아 일대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승부는 속단하기 이르다. 일본은 3000만명의 일본 내 가입자를 확보한 무선 인터넷 ‘i모드’ 같은 정예군단을 내세워 만회를 시도하고 있다. ‘i모드’는 NTT도모코사(社)의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독일·네덜란드·미국 등에 상륙하는 데 연달아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이 세계 최강의 온라인 게임국이라고 하지만, 비디오 게임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세계 게임시장의 주류인 비디오 게임의 지배자는 여전히 일본 업체다.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소프트 업체 ‘엔씨소프트’의 작년 매출은 1247억원이다. 반면 일본의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는 게임 소프트웨어만으로 10조여원의 연간 매출을 올린다.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업체 중 흑자를 내는 곳은 KT가 유일하다.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은 1~2조원의 천문학적 부채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찬사받는 초고속 인터넷망은 주로 10~20대의 오락·게임에 쓰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영민 연구위원은 “초고속 인터넷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되는 쪽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안병엽(安炳燁) 총장은 “한·일 간 IT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세계표준을 어느 쪽이 먼저 장악하느냐에 앞으로의 승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