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IP : 211.245.194.61)
제   목	벤처업계 투자 외면… 돈가뭄 ‘극심’
등록일	2002-04-23 09: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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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	시중에 돈이 넘쳐 나고 있지만 벤처 투자 열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 벤처 기업들은 벤처 비리와 검찰 수사 등 잇따라 터지는 악재 때문에 투자 유치를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특히 창업 2~3년 안팎의 신생 기업일수록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보육센터. A동 201호에 위치한 동문기업은 자동차 견인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15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자동차 견인 장비 한 대가 샘플로 놓여 있었다. 직원들은 “자동차 문을 따지 않고도 견인할 수 있는 특허 장비”라고 선전했다. 주고객은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이다. 지금까지 20여대를 팔았다. 이 회사는 올해 조달청의 우수제품 생산업체로 선정됐고, 작년 8월에는 중소기업청이 기술력을 인정하는 ‘기술혁신 중소기업(이노비즈)’에도 뽑혔다. 그러나 박시섭 사장은 올 들어 한 푼의 신규 자금도 유치하지 못했다. 박 사장은 “중기청의 ‘기술혁신 중소기업’에 선정되면 기술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은행은 담보만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인승 농약 살포용 헬기를 제작하는 한국로보텍 최용택 사장은 올 들어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여곳을 쫓아다녔지만 모두 허사였다. 작년 말 헬기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올해부터 양산(量産)에 들어가야 하지만 추가 자금 5억원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 사장은 “헬기 제작 비용이 6500만원에 불과해 시장 경쟁력이 있지만 기술력만으로 투자를 받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IT벤처타워’ 내의 휴대전화기용 반도체 개발 회사인 이노자인(Innosign). 2000년 5월 문을 연 이 회사의 이정승 이사는 “이제 막 수출을 시작한 단계여서 신규 자금이 필요하지만 투자를 받지 못해 은행 대출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반도체 장비 관련 벤처 기업 60여곳이 모여 있는 IT벤처타워에서 올해 신규 투자를 받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벤처 자금 부족 현상은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올해 투자 목표액 집행 현황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2월 말까지 올해 총투자 목표액(1조6000원) 가운데 5%에 불과한 800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캐피탈의 경우 2월 말까지 올해 투자 목표액 1500억원 중 20개 업체에 130억원만 투자했고, KTB네트워크도 올해 목표액 1070억원 중 3월 말까지 100억원만 투자한 상태다. 산은캐피탈 김철영 부장은 “2000년 초 28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닥 지수가 지난해 50선까지 빠졌기 때문에 투자 금액을 회수하지 못한 창투사들이 많다”며 “투자 여력이 없는 창투사들이 늘어나면서 벤처 자금난도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될 만한 벤처회사에 자금을 몰아주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투자 형태도 벤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KTB네트워크 원대로 심사역은 “불확실한 여러 업체에 몇 억씩 투자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20억~30억씩 몰아주는 게 최근 추세”이라고 말했다. 벤처업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