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용 |
자산 23조원의 ‘공룡 기업’ KT(옛 한국통신)의 경영권을 놓고 재벌들이 소리 없는 ‘인수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말 재벌이 소유할 수 있는 KT 지분 한도가 15%로 상향 조정된 이후, 삼성·SK·LG 등 재벌들의 물밑 신경전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것. KT의 경영권 향배에 따라 재벌의 순위(順位) 자체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5월 말까지 민영화 완료 =정부는 5월 말까지 보유 중인 KT 주식 8857만주(28.3%)를 전부 매각, 민영화 작업을 끝낼 방침이다. 지난 4년여 동안 끌어오던 KT의 민영화 프로젝트가 마침내 종착역(終着驛)에 이른 셈이다.
정부는 가장 논란이 되었던 재벌기업의 지분인수 한도를 대폭 높였다. 정보통신부 민원기 통신업무과장은 “대기업은 교환사채(EB·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10%를 포함, 최대 15%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매각 대상인 28.3% 중 나머지 13.3%의 지분을 우리사주조합·일반투자자·기관투자가에 골고루 매각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민영화의 핵심인 ‘경영권’ 문제에 대해서는 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분매각을 원할히 하기 위해 지분 매입 한도는 높였지만, 당장 재벌에 경영권을 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양승택 장관은 “재벌이 KT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당분간 특정 재벌이 경영권을 행사하기보다는 ‘포스코’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스타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 물밑에서 눈치 작전을 벌이는 재벌 =삼성·LG·SK 등 재벌들은 겉으로는 “KT의 민영화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KT의 지분 인수 대금이 천문학적인 데다, 지분 매입에 성공해도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KT의 지분 15%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2조6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재벌들은 내부적으로 KT의 지분 매입 경쟁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물밑에서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KT 자산이 계열사까지 합쳐 32조원을 넘는 초대형 그룹이기 때문에 ‘경영권’의 향배에 따라 한국 재벌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재계에서는 삼성·LG·SK그룹이 KT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조(兆) 단위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이 3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삼성화재 같은 금융 계열사를 통해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는 전망하고 있다.
SK그룹은 삼성 견제 차원에서 KT 지분 인수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SK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특별 정보팀을 꾸리고 모든 채널과 인맥(人脈)을 이용해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다. SK텔레콤 신영철 상무는 “삼성전자가 KT 지분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발표한 것은 고도의 전략일 뿐”이라며 “삼성이 통신산업까지 장악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정중동(靜中動)인 상황이다. 민영화 일정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인수 여부를 천천히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상국 구조조정본부 상무는 “KT 지분 인수와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방어적 입장에서 지분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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