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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이 승인한 메모리사업부문 매각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이후 진행돼 온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협상 타결을 눈앞에 두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에서 10명의 이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는 메모리 부문을 매각하고 남는 비메모리 잔존법인의 생존방안을 담은 채권단의 재무구조 개선안 승인도 거부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 결정 사항을 이사회가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체결된 채권단과 마이크론의 양해각서는 곧바로 효력을 잃게 됐다. 조건부 양해각서의 시효는 30일 오후 6시(한국 시각)까지였다.
이사회는 이날 “채권단이 작성한 잔존법인의 재건방안은 메모리사업의 매각대가로 인수할 마이크론사 주식값을 최근 주가와는 달리 과다하게 산정했고 우발채무 발생규모와 시기를 비현실적으로 추정하는 등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양해각서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이사회의 양해각서 거부로 정부와 채권단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던 하이닉스 처리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채권단은 이날 일단 하이닉스 신규지원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상황이 나빠질 경우 법정관리나 청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게 됐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채권은행단 회의에서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나, 29일 오전 채권은행장 회의에서 하이닉스 이사회에서 부결될 때는 시장원리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자발적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며, 독자생존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하이닉스 박종섭 사장은 이날 이사회를 끝내고 이번 양해각서 승인 거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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